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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일제시대 친일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친일 당사자 고백과 후손들의 사죄, 후학들의 반성이 뜻하는 진정한 화해
기사입력: 2008/04/30 [10:2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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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29일, 한국언론재단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 4,776명을 공개했다.     ©이철우 기자

“현실과 타협하고 일제가 저지른 전쟁 승리를 기원한 할아버지의 부일행각은 분명 민족의 지탄이 되는 중차대한 죄입니다. 제 개인의 고백이지만, 이 고백이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 조승제 목사 손자 조헌정 목사(2003년 8월10일, 향린교회에서 열린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예배 중 ‘죄책고백선언’ 일부)

해방 이후 ‘친일파’들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이다. 미군정 하에서 다시 권력을 잡고 ‘친미파’로서 기득권을 행사해 온 자들과 친일을 반성하고 책임지려 한 사람들이다.

또한 후손들의 모습도 나뉜다. 하나는 친일 자체를 부정하거나 희석시키려는 자들로 이들은 친일·친미 선친의 기득권을 물려받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선친의 ‘친일’을 사과하고 나아가 그 죄과를 민족과 사회를 위해 힘쓰는 것으로 대신 갚으려는 분들이 있다. 반성하지 않는 자들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반성하고 책임지려 한 분들, 선친의 ‘친일’을 대신 사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는 친일파이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현석호 당시 충남광공 부장은 “고급관리로 일한 친일파이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며 45년 9월 충남도지사로 부임한 미군정 육군대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한 삶의 고백>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친일행적을 반성했다.

엄상섭·허일태·신동운 등 8명은 48년, “일제하 검사로서 민족정기 앙양에 협조할 필요를 통감한다”며 동시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57년 출간한 <권력과 자유>에서 “굴절했고 왜제통치에 협력했다는 것만으로 아무리 사과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녕 하동군수(일제시절)는 여러 차례 친일행위를 사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출세와 보신에 눈이 어두워 (군민들을) 죽창으로 위협했던 저를 너그럽게 맞아주신 하동군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했다. (91년 7월10일, 바르게살기운동 하동군협의회 초청강연)

이항녕 씨는 <8.15의 기억-해방공간의 풍경, 40인의 역사체험>에서 “우리나라 장래보다 개인 신상이 편한 쪽을 택한 것이 부끄럽다”며 “적어도 고등관 이상 관리는 친일파”(<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항녕 씨는 45년 10월까지 창녕군수로 있다 미군정에서 경남도청 사회과장으로 발령받자 사표를 제출했고, 61년 자전소설 <청산곡>을 시작으로 ‘친일’에 대한 부끄러움을 글로 발표해왔다. 그는 특히 “일제 청산은 부역자들의 사죄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선시립교육협회는 45년 9월15일 학교장 이하 전 중등학교 직원이 ‘조선 학도들과 사회에 사죄’하는 의미로 총사직을 결의했다.
 
▲조선 신궁(神宮)에 강제 참배하는 학생들. 1920년.     ©민족문제연구소

“선대의 친일행동을 후손이 책임지는 용기가 한국사회 바꾸는 희망”

후손들의 사죄도 이어진다. 한용수(경무총감부 수문동분서 경부, 전남 광주경찰서 경부)·한창수(경기 가평군수)·한상용(함남 고원·영흥군수)의 후손 한진규 선생은 2005년 1차 발표 이후 민족문제연구소에 보내 온 이메일에서 “많이 늦었지만 조상들의 업적과 함께 친일행동도 후손이 책임지는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 하나로 한국사회는 조금씩 바뀔 것이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준식(충북 음성군수)의 손자 이윤 선생(전 홍대부고 교사)은 2005년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발표가 있은 뒤 “조·중·동을 필두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속죄하지 못하는 무리들에 새삼 연민의 정을 느낀다”며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서 어두운 과거를 규명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전폭 성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파인 김동환의 아들 김영식 씨(경찰총경으로 은퇴)는 <아버지 파인 김동환-그의 생애와 문학> 펴내는 말에서 “가족을 대신해 국가와 민족 앞에 깊이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는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 후손들을 직접 만나 사죄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 있다.

“친일 죄악의 기억을 역사 교훈으로”

후학들의 반성도 돌이켜 볼만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는 2007년 <신사참배 외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고백 선언문>에서 “참회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한다”며 “교회가 또다시 하나님과 민족의 역사 앞에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00년12월, <대희년 ‘쇄신과 화해’>에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하려한다”며 “교회 안녕을 위해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는 2006년 <친일과거사죄책고백특별위원회 발표 고백문>에서 일왕과 신사 숭배, 침략전쟁 적극 동참을 ‘심대한 배교행위’라 밝혔다.
 
이어 “1935년 식민치하에서 ‘조선인 자신의 교회’를 외치며 기독교대한복음교회가 창립되어 민족교회로서 사명을 담당했다”며 “그러나 일본의 강압적 마수는 42년에 이르러 초대감독 최태용 목사에게 무거운 죄책의 짐을 지게 했다. 진실한 죄책고백 뒤에는 진정어린 용서와 화해, 희망 있는 전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05년 <친일청산을 통한 국가비전 창출과 과거사정립 노력 촉구 성명서>에서 “민족대화합을 위해 단죄보다 과거사에 대한 참회와 용서가 필요하며, 이 과정으로만 잘못된 과거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민족문학작가회의도 2002년 <모국어의 미래를 위한 참회>에서 “광복 57주년을 맞아 우리 문학인들은 제 아비를 고발하는 심정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의 친일문학작품목록을 공개하고 민족과 모국어 앞에 머리 숙여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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