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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세계의 현상과 본질
[강대석 철학자의 철학산책] 실증주의철학 비판 14
기사입력: 2020/01/24 [00: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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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현상과 본질

 

▲ 강대석 저서 <왜 철학인가?> 표지     © 사람일보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 속에는 많은 대상과 현상이 서로 결부되어 있다.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다.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개별적인 것은 그러므로 있을 수 없다. 개별적인 대상들은 그 보편적 특성을 기반으로 일정한 개념을 형성한다. 구분을 통한 차이를 알아내고 그와 함께 보편적인 의미의 개념을 찾아가는 데서 인간은 동물과 구분된다.

개념을 떠나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개념은 학문과 철학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인간의 사회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개념을 개별자에 앞서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상상하자마자 우리는 객관적 관념론의 함정에 빠진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증주의는 이러한 관념론을 비판하는 점에서 매우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현상과 연결되어 있는 보편적인 본질을 거부할 때 우리는 또 다른 함정, 곧 주관적 관념론이라는 오류에 빠진다.

영국의 경험론이 바로 그러하다. 경험론은 개별자만을 절대화시키면서 개별자와 보편자와의 연관성을 거부하고 보편자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마저 거부한다. 경험론은 매우 진보적인 입장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 및 그 인과법칙을 부정하면서 결국 회의주의, 상대주의, 불가지론으로 빠졌다.

‘주어진 것’, ‘감각적인 것’만을 절대화시키는 실증주의도 주관적 관념론의 오류를 답습한다. 일반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은 항상 연관되어 서로를 조건 지운다. 물론 보편자는 개별자 속에서, 개별자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보편자는 단순히 개별자의 모든 규정들이 합해진 것만은 아니다.

 

개별적인 대상이나 과정은 외부로 나타나는 요인과 내부에 감추고 있는 요인을 지닌다. 그것이 바로 ‘현상’과 ‘본질’이며 그러므로 이들은 ‘개별자’와 ‘보편자’, ‘우연’과 ‘필연’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사물의 본질은 직접 나타나지 않는다. 본질은 현상 속에 숨겨져 있다.

예컨대 우리는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의 본질 대신 그 현상만을 일상적으로 대한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는 현상을 감각적으로 지각한다. 감각이나 현상에 만족하고 그것을 절대화시키는 사람들은 지구가 돈다는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의 눈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의 태양은 축구공의 크기를 넘어서지 않는다. 현상과 본질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상의 연구를 통해서 본질로 나아가는 것이 과학이고 철학이다. 인간은 지구의 운동에서 감각적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통하여 이 운동의 본질을 추론해낸다. 그러므로 사물의 본질은 결코 그 현상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적인 통일을 이룬다.

 

▲ 콩트     © 사람일보

실증주의는 ‘주어지는 것’을 역사적·논리적 연관으로부터 분리시켜 개별자로서 절대화시킨다. 인식의 근원이 ‘주어진 것’, 곧 관찰을 통해서 얻어지는 실증적 사실에 국한된다. 실증적 사실은 지각의 다양성으로만 주어진다. 그러므로 실증주의가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감각에 주어지는 사물의 외적인 측면만을 연구하는 데 만족하려 하는 것은 이 철학이 감성적 경험론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콩트는 상상력을 관찰에 종속시키는 것, 관찰된 사실을 서로 연관시키는 것, 과학적 직관을 사실에 종속시키는 것, 인간의식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 등을 실증주의적 방법으로 내세운다. 콩트의 숨은 의도는 실용주의에서처럼 형이상학을 배제한다는 구실 아래 당시 영향력을 얻어가기 시작한 유물론을 공격하는 데 있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사람일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하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를 공부했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을 연구했다.


광주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제헤겔학회 회원,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을 비롯하여 『서양근세철학』(1985),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김남주 평전』(2004), 『왜 철학인가』(2011), 『왜 인간인가?』(2012), 『왜 유물론인가?』(2012), 『니체의 고독』(2014), 『무신론자를 위한 철학』(2015),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2016), 『루소와 볼테르』(2017),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2018), 『카뮈와 사르트르』(2019)  등이 있다. 역서로는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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