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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년사로 본 올해 정세와 통일문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남북관계와 통일정책
기사입력: 2019/01/03 [11:2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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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람일보


1. 외신이 주목하는 북 신년사 내용


김정은 조선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외신들이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역대 가장 많은 외신이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 북 신년사가 국내 관심사를 넘어 이미 국제정치 무대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지구촌 이슈로 됐다는 것이 올해 신년사의 첫 인상이다. 북이 말하는 달라진 전략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하는 신년사이다. 올해 신년사의 장소와 양식이 좀 이색적이다. 현대적 이미지를 주면서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고수하려는 강한 대외적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 외신은 신년사 전반에 대한 분석 없이, 북미관계와 관련된 내용에 특별하게 주목했다. 즉 북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한 경고성 발언에 크게 집중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가능성 및 비핵화 의지 재확인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은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하고 트럼프를 두 번째로 만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미국에 (자신의)인내심을 잘못 판단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보도도 유사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제재해제 요구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와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김 위원장이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친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맞춤형’ 유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정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0분간 이어진 신년사에서 3분의 1을 미·북, 남북 관계에 할애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회담 실현에 의욕을 보이는 한편, 제재가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봤다. 통신은 “김정은은 핵무기를 제조·시험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회담 용의를 시사하고,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중점 보도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DW)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 전 세계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주권과 이익을 보호할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2. 신년사의 전반 기조, 자강력 중심 사회주의 노선


올해 신년사는 대외적으로 지난해의 남북관계. 조미관계 진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그 연속선에서 계속 성과적으로 진전시킨다는 기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외신들이 주목한 ‘새로운 길’이 실현될 가능성의 최대 변수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려는 북이 아니라 그동안 이중적 자세를 보여 온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일 것으로 보인다.


한해 전인 2018년 신년사의 가장 인상적인 표현 중 하나는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는 단언이었다. 크게 볼 때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북의 국가핵무력 완성 업적을 평가하며 대내외 정책에서의 전략적 변화와 거대한 방향전환 가능성을 표현했다. 그것은 곧이어 4월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의 놀라운 결정으로 전격 가시화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면서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라고 천명했다. 또 이런 방향전환과 결정에 기초해 곧바로 4.27판문점선언과 6.12상가포르 조미공동성명 합의 채택으로 이어졌다.


북은 올해 대내외 정책에서 새로운 도약의 전망적 목표를 더 과감히 제시하면서도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 관련 정세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자력갱생과 자강력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건설노선을 더 강화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올 신년사에서 이를 한 문장으로 함축한 게 바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구호입니다”라는 표현이다.


3.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남북관계와 통일정책


신년사는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의 기본 담보가 실질적인 남북 군사대결 해소와 평화 고수에 있다면서 지난해 합의한 여러 남북선언과 이에 따른 군사‧제도적 긴장완화 조치가 갖는 중대한 의미를 ‘사실상 불가침선언’으로 평가하며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이룩한 평화 담보를 기초로 올해 더 높은 번영과 통일로 과감히 나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온 민족이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이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합니다”라는 언급이 이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년사에선 또 지난해 여러 가지 극적 변화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이것은 북남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었다”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단계진입’을 의미 있게 평가하였다.


이에 따라 우선 평화를 더 공고히 확대하는 문제, 즉 1)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가는 문제”를 강조하였으며, 2)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뿐 아니라 3)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혀 한반도 평화의 근본문제인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논의 개시를 올해 당면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전격 제안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표명한 것을 연상시키는 구체적 제안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문제가 미국의 대북제재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임을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는 게 올해 남북관계 발전 정도를 판가름할 가시적 목표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겠다.


또 특별히 주목할 건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이는 남북, 조미관계 발전과 함께 남과 북이 단순한 관계 개선 차원을 넘어 올해부터는 구체적으로 통일방안 논의를 시작해 합의를 준비하는 단계로 나가야함을 뜻한다고 하겠다. 물론 남북의 정상들은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연방연합’ 또는 ‘연합연방’에 기초한 통일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연방연합’ 또는 ‘연합연방’ 통일방안에 대한 전민족적 공감대와 합의를 공고히 하면서 이후 남북이 함께할 통일기구를 구체화하는 방향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4. 대외정책과 트럼프 정부의 결단 촉구


북 대외정책의 핵심인 대미관계 분야에선 양국 정상이 사상 처음 만나 합의한 6.12조미공동성명을 미국이 성실히 이행할 것을 거듭 정중히 요청했다. 쉽게 말하면, 대국이라는 미국이 북에는 통하지도 않는 외교술수와 이중적 처신을 이제는 그만하고 원래의 합의정신에 충실하자는 거다. 북은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하루도 그치지 않는 미국내 반트럼프 정쟁으로 가로막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딱한 처지에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여전히 신뢰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그를 핑계로 교착상태가 올해 더 지속된다면 북도 어쩔 수 없이 모종의 새로운 결정이 불가피하니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결단을 내리라고 정중하지만 무겁게 제안한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운명적 중대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내용을 직접 보자.


1)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습니다.” 2) “6.12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3)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4) “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올해 북남관계가 대전환을 맞은 것처럼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외신과 국내 주류언론이 집중한 ‘새로운 길’ 대목은 이런 배경과 기조 아래 나온 것이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길’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지란 얘기다.


아울러 주변의 관련국들에게 미국이 조성한 첫 난관에도 불구하고 6.12조미공동성명의 원래 전략적 결단과 기본 기조가 가능하도록 협조를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조선반도와 지역의 정세 안정은 결코 쉽게 마련된 것이 아니며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나라라면 현 국면을 소중히 여겨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5. 제재 해제와 결단의 압박


6.12조미공동성명을 합의하고도 조‧미간 더 큰 진전이 없이 정체된 이유를 북은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다시 보자. 신년사에서는 “대화 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자세와 문제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해, 미국의 낡은 태도 유지가 6.12 합의이행 정체의 근본원인임을 간접 표명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핵무력을 완성, 보유한 지구촌 전략국가간의 핵문제는 핵만으로는 풀 수 없다. 그래서 상호 적대관계 개선을 통해 핵문제를 푸는 것이 일반적 공식이다. 즉 정치로 군사 핵문제를 푸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간에 핵문제가 핵대결로 치닫지 않고 부차적으로 처리되는 이유도 미-중간 정상적 국가간 외교관계가 병행되기 때문이다. 조-미간 핵문제 역시 군사적 비핵화로만 풀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이 조미 관계정상화와 비핵화 문제가 연동돼 있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또 관계정상화는 신뢰조성부터 시작되는데, 대북제재 해제는 신뢰조성의 첫 단계에 나서는 중요한 문제이다.


누가 압박하는가? 신년사는 지난해 북 외무성 부속기관과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개인필명으로 비판해오던 미국의 낡은 태도를 최고수준에서 공식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 실효성도 없고 상호불신만 쌓는 모순적인 제재, 압박과 대화 양면전술을 조속히 중단하고 전면적인 관계개선으로 적극 호응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 공들여온 합의노력이 부득불 전혀 다른 기조로 변경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후 국면의 중심은 우선 미국이 대북 제재를 언제 푸는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북이 이런 모순적 양면전술과 제재를 용인하며 조미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차 조미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성과여부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미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논란과 마찬가지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등 기득권 보수양당 정치권과 주류언론은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도 포함하는 트럼프의 현재 대북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최측근 참모진과도 심한 마찰을 빚었다. 결국 올 상반기는 조미관계에서 여러 이유로, 지난해 지속돼온 트럼프 정부의 어중간한 이중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 비상한 결단의 시기로 발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올해는 남북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운명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상반기 안에 대북 제재가 가시적으로 해제돼 2차 조미정상회담과 평화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가 더는 역진 불가능하게 비상한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민족이 단합하여 자주통일을 이루려는 의지와 노력은 미국도 그 어느 외세도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확인하는 새 시대의 기본추세이다. 한국의 진보도 적폐청산, 민생문제 해소, 미군철수 평화협정, 자주통일을 위한 자강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면서도 격동하는 정세에 맞는 새롭고 전면적인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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