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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최강, 최악의 보도지침
고무, 찬양, 동조라는 올가미를 두려워하면서 자기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다
기사입력: 2017/04/20 [23:0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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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의 언론 통제 방식의 하나가 보도지침이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정권시절 ‘땡 전 뉴스’로 상징되었던 것처럼 정치권력이 대중매체의 보도를 공작 정치나 비민주적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악용했다. 보도지침은 정권에 유리한 기사는 부각시키고 그렇지 않은 기사는 작게 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게 언론에 강제한 권력의 불법행위다.

 

보도지침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전두환 정권처럼 정부 부처가 직접 자행하는 방식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권은 언론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언론사에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정권이 원하는 식의 보도를 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변형된 보도지침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즉 정권이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지침을 내려 보내는 방식 대신 낙하산 사장이 청와대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면서 정권이 원하는 기사가 무엇인지를 미리 알아서 보도토록 언론사 내부를 강제한 것이다. 이는 21세기형 보도지침이라 하겠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국가보안법은 수십 년 동안 남한 언론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강요된 보도지침이다. 국가보안법은 언론의 원천적, 가장 기본적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일상적인 보도에 영향을 미치고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평화통일 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최악의 보도지침은 북한을 타격하는 것보다 남한 내의 토론부재 문화와 죽기 살기식 경쟁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부당한 권력이 내놓는 수많은 보도지침과 함께 남한사회 내부를 병들게 하고 있다.

 

제4부인 언론은 국정원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그 곳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유의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독기에 중독된 언론은 북한 보도에서 마치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국정원의 노리개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국정원 발 보도지침이 언론에 수용되고 있는 현상은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이런 언론의 비이성적 부분이 유무형의 보도지침이 일상화되는 것을 부추기는 유발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은 최근 김정남 사건에서 반복되었다. 조중동 등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북한이 암살주범이라는 보도를 양산했다. 사건이 발생한 말레이시아 당국은 침묵하는데 국정원이 북한의 암살이다 라고 치고 나가자 수구, 보수언론은 큰 소리로 합창한 것이다. 국정원 출신이나 탈북자들이 종편 TV 등의 김정남 사건 관련 시사프로에 단골손님으로 나와서 카더라 소식을 쏟아냈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미흡한 수사결과만 발표했을 뿐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내놓는 자료를 받아쓰는 기레기 언론의 모습을 보였다. 북한과 관련해 체질화된 보도지침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와 관련해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가 나오자 수구, 보수 언론은 중국에게 맹공을 퍼붓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사드의 효능이나 유해성 여부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사드 배치로 보강되는 측면이 있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강력 반발하는데도 수구보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한미 정부의 시각에서 생산한 기사를 주로 보도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들 국내 언론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와 그로 인한 관련 기업이나 서민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에 대해 ‘중국 너 때문이야’라면서 중국의 보복 공세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식의 보도만을 쏟아냈다. 사드가 지닌 미국의 동북아전략 강화라는 측면이나 환경 파괴 위험성 등은 외면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보도지침으로 작용하고 정보기관의 직간접적인 언론 공작의 결과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국가보안법은 이승만이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방해 만들었고 일제 잔재를 온존시키고 평화통일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최고의 악법이다. 이승만의 반민족적 범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의 하나가 국가보안법이다. 반만년 한민족 역사에서 동족에 대해 ‘사상은 민족에 우선 한다’는 식의 역사적 잔학행위를 자행하고 6.25를 전후해 수많은 양민 학살이 자행된 것에 대해 이승만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사회에서 작동하는 법 체계와 운용은 세계의 변화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랑 무관하게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남한 사회에서는, 미국은 남한을 지켜주는 `우방`이고, 북한은 남한의 `적국`이라는 단순한 등식이 존재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반공`이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회화`에서 중추기능을 했기에 가능하다. 냉전체제가 한반도에서 여전히 견고하게 지속되는 배경에는 반공,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반북`이 내면화되었기에 가능하다. ---가령 선거때가 되면 내면화된 이러한 집단의식이 얼마나 견고한지 드러난다. 특히 사회적 가치체계가 돈과 물질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에 대한 자기정당과 자기방어수단으로 간첩이나 빨갱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고 비판했다<위클리 서울 2008년 5월 20일자 >.

 

유엔 등 국제 사회가 폐기를 요구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언론은 물론 야당조차 침묵하는 것은 분통터지고 서글픈 일이다. 국가보안법에 중독된 언론을 심각하게 농락하는 정부 기구의 하나가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제공하는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제작된 보도지침이 북한 관련 자료다. 해방이후 최장, 최강이면서 최악의 보도지침인 국가보안법에 순치된 언론은 국정원의 자료를 즉각 기사화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 뿐 아니다. 언론은 국정원의 자료를 근거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카더라 뉴스를 양산한다.

 

북한에 대한 직접 취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언론은 북한 관련 정보에 목말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식 언론매체는 기사 보도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식 언론매체가 아닌 것이다. 언론의 무책한 태도는 북한 보도에서 매우 심각하다. 북한이 오보 등을 문제 삼을 걱정이 없다는 점 때문인지 국정원이 내주는 보도 자료를 기사화하는데 주저치 않는다. 국정원의 자료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허위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언론사는 태연하다. 독자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은 거의 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언론을 파렴치한 흉기로 변질시키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과의 물리적, 심리적 적대관계를 상정하고 만들어져 국민의 세금으로 가동되는 정부기구다. 국정원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대북 심리전도 포함된다. 손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북한을 남한이 접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심리전이다. 국정원은 북한을 상처주고 괴롭히면서 타격하고 궁극적으로 북진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심리전을 일상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심리전을 수행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심리전의 한 부분이 대중매체를 수단삼아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심리전이 납세자인 국민을 상대로 벌어지는 것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적을 고무, 찬양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불온시하는 국가보안법이 수십 년 간 뿌리내리면서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대국민 심리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종북 세력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심리전 등을 언론을 통해 벌이고 있다. 이명박근혜 대통령이 종북 척결이나 좌파 척결을 외친 것도 국정원의 대국민 심리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멍석을 깔아준 행위였다. 그러나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행태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을 상대로 군이나 정부기관이 심리전을 펴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납세자를 상대로 작전을 벌인다는 것은 국민에게 정보기관으로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련법에 위배되는 것과 함께 스스로 존립 근거를 파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부예산을 지원받지 목하는 것은 정보기관이 고사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존중되어야 하지만 한국에서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사회라는 명백한 증거의 하나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중독된 언론은 남북관계 정책, 군사훈련 등에서 주로 한미 정부의 선전매체의 역할을 담당한다. 수구 보수 언론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수구 보수 언론은 국가보안법을 적극 옹호하면서 대북 적대적인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이들 언론은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군사대책 등은 하나같이 정의와 진실을 추진하는 것으로 미화하고 북한의 경우 대외 정책은 음모가 숨어 있다는 식이고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모두 도발로 매도한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면 위장 평화공세라고 비판하고 남북간 교류를 주장하면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흉계가 숨어 있다며 깔아뭉갠다. 북한은 숨소리만 빼고 다 불신의 대상인 것처럼 보도한다. 국내 언론은 남북관계 보도에서 전쟁 발생시 정부의 전적인 통제를 받는 전시언론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직간접적인 대북 심리전의 하부 기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전시 상태에서 언론은 정부의 절대적 통제에 놓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에 의해 한반도 상황이 전시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쟁이 일시 중단 된 것이고 정치나 각종 제도도 이런 상황을 전제로 시행된다. 언론도 정전협정의 객관적 의미를 정확히 읽으면서 보도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전협정은 그 조문 속에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언론은 대부분 정전협정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인양 보도한다. 언론이 미국과 국내의 일부 친미주의자들의 노리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남북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국가보안법의 고무, 찬양, 동조라는 올가미를 두려워하면서 자기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이나 국방부의 ‘멸공통일’ 입장에 서서 북을 바라보고 북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다. 국정원이나 국방부는 북과의 무력 대치나 충돌에 대비해 만들어진 정부 기구다. 이들 기관의 성격상 일상적으로 대북 심리전을 펴려 하고 언론 등을 이용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언론은 정신 차려야 한다. 정부 기구의 하부기관으로 격하될 경우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위상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에는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교류하고 통일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지닌 기구다. 언론은 헌법에 규정된 평화통일을 달성키 위한 목표를 위해 언론 본연의 자세로 북을 바라보고 보도해야 하는 것이 맞다. 언론이 정부 부처의 선전매체로 전락하는 것은 정부의 하부 기구로 편입되어 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언론 서비스를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은 정부가 올바른 대북 정책과 평화통일 정책을 추진토록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대안제시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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