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
편집  2019.11.15 [21:02] 시작페이지로
교육· 청소년
개인정보취급방침
사람일보소개
광고/제휴 안내
청소년보호정책
기사제보
HOME > 교육· 청소년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교육· 청소년
진실해서 위험한 김인성의 IT
‘IT가 구한 세상’을 읽고
기사입력: 2015/02/24 [14:05] 최종편집: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1. ‘IT가 구한 세상’을 만나기 전에
 
비평에 앞서 찬탄부터 해야겠습니다. 감사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이번에 시론집 ‘IT가 구한 세상’을 낸 저자와 따듯한 연대의 어깨부터 걸어야겠습니다.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 그는 매우 독특한 인물입니다. 아직도 세월호를 말할 때 그냥 말하지 못하고 ‘아아 세월호!’라고 말하는 그는 보기 드문 휴머니스트임이 분명합니다. 냉철한 머리로 자연과학원리를 인간에 이롭게 적용하는 IT기술전문가이면서 세월호에서 건져 올린 디지털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 몇 달 간 ‘광분’했었노라고 말하는 그는 전사 같은 사람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진실이 약한 토끼처럼 쫓겨 다니는 시대, 그런 시대에 진실을 위해 대학 교수직를 내던졌으니 좀 괴팍하고 바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은 그래서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처럼 강렬한 개성의 중첩 이미지를 갖는 저자기에 이렇듯 찬탄과 감사를 앞세워야 격에 맞는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세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훑어보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를 바짝 세우고 읽었습니다.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는 동안 가슴을 둔중하게 치는 감탄 때문입니다. IT가 구한 세상에 담긴 진실의 날카로움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실을 말하려면 대학 교수조차도 자신의 전부를 걸어야하는 일그러진 세상에 대한 분노의 크기 때문입니다. 1년 전 대한민국을 눈물바다에 빠트린 세월호의 슬픔과 절망이 너무도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번 째 읽을 때는 책이 아니라 아예 문장 하나하나를 떼어내듯 그렇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눈 푸른 젊은 날, 고 황순원 교수에게 글쓰기를 배울 때였습니다. 당시 칠순이 넘는 노교수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책을 읽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읽느냐고! 그러자 여러 학생이 말했습니다, 밤을 새서라도 단숨에 읽는다고요. 밥을 먹으며 읽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러자 노교수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아까워서 책장을 다 넘기지 못해 지금까지 읽고 있다고 말입니다.
 
물론 비유이겠지만 아름다운 말입니다. 노교수의 책에 대한 예의와 행복한 책읽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를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날로그적 독서가 빠름과 변화를 추동하는 시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런 책을 별로 만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해묵은 그 기억을 일깨웠습니다. 어떤 비평이든 대상과 냉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논리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비평일반론을 뛰어넘게 하면서 이렇게 거침없이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내용이 압도적이면 형식을 넘어서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이 그랬습니다. 장르와 분야를 불문하고 참으로 좋은 글은 서정과 서사가 융합하고, 주관과 객관의 교집합 지점에서 원리를 보여주며, 머리와 가슴이 서로 반발하지 않는 동시성을 지닐 때 광휘를 발한다는 제 비평관을 다시 확신시켜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IT가 구한 세상, 김인성이 디지털포렌식으로 구한 세상의 핵심은 명료합니다. 외면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껴안는 입니다.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을 건너는 시간 속에 벌어지는 추악한 거짓을 탁월한 IT기술로 낱낱이 증명해 놓고도 세상을 향한 따듯한 눈길을 거두지 않습니다. 국가기관에 의해 거침없이 저질러지는 조작과 위계를 똑바로 응시하며 멀리, 좀 더 멀리 희망의 나라로 가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동안 ‘포렌식 분야에서 혼자 작업하고 혼자 싸워왔으며 그 결과도 혼자 감당해왔다”
- 본문 21P
 
라는 말로 그 일이 얼마나 힘겹고 위험한 것인지를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저는 누구든 김인성의 IT가 구한 세상을 만나기 전에 몇 가지 꼭 헤아려 볼 것을 권합니다. 지난 80년대 초 수재들의 집합소로 알려졌던 서울대 물리학과 신입생이던 저자입니다. 그런 그가 30년 아웃사이더의 길을 돌아 비로소 그 세월의 결산서처럼 내놓은 책이니 그 무게감이 어떻겠습니까. 이 책속엔 세월호의 진상을 비롯하여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2012년 진보당 비례의원 사건, 거대 포탈 네이버의 꼼수 등 그가 파헤친 진실의 깊이만큼이나 가늠하기 힘든 저자의 외로움과 고단한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문장으로 읽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별로 알아주지 않는 작업장에서 혹은 법정의 커튼 뒤에서 야만의 시대와 정면으로 대결하며 진보의 새 시대를 견인하기 위해 저자가 흘렸을 땀과 눈물, 그리고 그의 눈동자를 밟고 갔을 두려움에 응답한 것입니다.
 
2.진실해서 위험한 김인성의 IT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입니다. 자연 원리의 하나인 약전의 물리력을 기호로 전환시켜 정보화하는 IT기술 역시 그렇습니다. 그 자체로는 선악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법정에서 종종 디지털 증거와 관련하여 포렌식기술이 쟁점이 되는 건 그 기술을 쓰는 사람, 혹은 기관의 불의와 음모가 개입된 탓입니다.
 
김인성의 IT가 위험천만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검경과 국정원 등 첨단의 IT기술로 진실을 밝혀야할 기관이 오히려 그를 활용하여 진실을 덮는데 앞장서고 있기에 벌어진 괴기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IT기술은 더 이상한 인간에 유용할 수 없습니다. 악인의 손에 들린 칼처럼 살인과 거짓 교사의 무기로 전락합니다. 작년, 국정원과 검찰의 합동조작으로 밝혀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사건 때 국정원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증거로 제출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에 김인성은 분연히 일어섭니다. ‘당위를 고민하지 않는 엔지니어는 도구에 불과하다’며 도구이길 거부하고 인간임을 선언합니다. 거대한 권력기관이 덮어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형극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는 말하긴 쉬워도 실천하기 무척 힘든 일입니다. 현실적으로 포렌식기술의 수요는 검경과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있습니다. 이들 기관에 반기를 드는 순간 포렌식 전문가는 스스로 밥줄을 끊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간첩조작을 밝혀내는 일 자체를 ‘종북’으로 모는 저들입니다. 그것이 참으로 불의하며 기막힌 일이지만 이런 진실을 밝히겠다는 신념은 곧 감옥행 번호표를 뽑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이 책 곳곳에 스며있는 저자의 선언은 그를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고, 김인성 IT는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에게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진실찾기란 역사를 정방향으로 추동하는 원력이고 인간의 선의이자 당위가 분명함에도 이렇게 힘든 형극의 길임을 이 책은 다시 확인시킵니다.
 
사실 진실담론 가운데 잘못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말입니다. ‘진실이 거짓보다 힘이 세다’는 믿음입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말입니다. 진실이 저절로 밝혀진 예는 흔치 않습니다. 힘에 가려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누군가가 불의와 싸워 흘린 피의 대가입니다. 사회를 밝게 하고 가지런히 하는 진실의 가치를 아는 사람의 열정과 의지에 비로소 자극받은 사회적 힘이 더해졌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를 진실논쟁의 전범으로 알려진 드레퓌스 사건의 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 군부 및 기득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렸던 드레퓌스 대위가 명예를 찾기까지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작가 에밀 졸라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지만 그 죽음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영원한 미궁으로 남았음이 그를 말해줍니다.
 
그러기에 김인성의 진실 찾기는 더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 시대가 꼭 기억해야할 일입니다. 이 책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진실 곁엔 그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한사람의 시민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겸손해하지만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자유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헌법이 엄연히 존재하건만, 그 위에서 국가보안법이 휘졌고 다니며 조작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이 현실 아닙니까. 이런 엉망진창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실해서 위험한 김인성의 IT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휴먼테크놀러지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불타야할 국정원과 세월호 진실의 인양
 
이처럼 오랜 세월 숙련과 다짐으로 휴먼테그놀러지를 특화한 저자는 직접 실전에 뛰어듭니다. 디지털 포렌식기술을 무기로 검경의 불의한 조작질이 벌어지는 법정에 출두하여 변호를 시작했습니다. 국가기관에 의한 탄압과 조작은 주로 사회적 약자나 진보진영에 집중되므로 김인성은 구원의 전사와 같았습니다.
 
이 같은 그의 행동은 아주 용기 있는 결단인 동시에 국내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행위입니다. 저자가 법정에 서서 피의자를 변호하기 이전까지 디지텔포렌식기술은 수사기관에 철저히 종속된 상태였습니다. 피의자의 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의 수집은 수사기관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포렌식 전문가는 검경, 그리고 국정원에 조력하는 을의 위치에서 그 일을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수사기관이 내놓은 디지털 증거를 재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니 그 반향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권력자들에겐 발칙하기 그지없는 반역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겐 큰 지원군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칼날 위에서 벌이는 진실공방은 열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탁월한 IT기술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는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전문가그룹은 대개가 이미 기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아니면 기득권과 영합하여 자기 영역을 유지합니다. 저자의 반대편에 선 동료전문가들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김인성은 거대 포탈과 싸우고, 간첩조작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2012년 통합진보당 이정희 마녀사냥의 시발인 비례의원선거의 진실을 규명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승리의 기억을 축적해 나갑니다. 과학기술의 원천은 공론으로 결정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분야는 천재가 인정되는 분야이고, 홀로 깨달았다고 자임하는 저자는 이미 그 반열에 올라있던 것입니다.
 
저자는 그 과정을 ‘당신을 위한 선물’이라는 후기에서 밝혀 놓고 있는데 아주 감동적입니다. 전문가의 고착된 영역을 넘어 사회정의와 융합된 독특한 개성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저자가 지닌 천재성의 천진한 웃음과 함께 길고 깊은 고독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40년 전, 김인성이라는 동안의 한 초등학생을 매료시켰던 만화, 만년 조연의 캐릭터인 주인공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는 그 지워지지 않던 모습을 바로 지금 저자 자신이 현현시킨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김인성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겨움과 간절함이 그의 몸을 지났겠습니까.
 
저자가 대한민국 시대 변화의 변곡점이 될 세월호 사건의 주요한 증명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그의 시간이 이끌고 온 운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월호가 그렇게 전 국민의 탄식과 눈물을 빼며 침몰한 뒤였습니다. 시신과 함께 인양된 휴대폰, 컴퓨터, CCTV 등 디지털 기기를 앞에 두고 유족들은 한동안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밝혀줄 소중한 자료라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 일을 기술보고서처럼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저는 그를 읽어 내려가며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세월호 침몰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듯 저자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이 임무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던 일입니다. 길을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인 여행길처럼, 문득 멈추어서니 그곳이 목적지임을 알게 되는 삶을 그는 살았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나은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낙관 하나를 나침판처럼 이마 위에 던져 놓고, 그의 필요조건인 진실이 바로 설수 있도록 결기 있게 살아온 그의 순수성과 정직함이 결국 엄청난 상처로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세월호 유족들의 신뢰를 얻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이 중대한 임무를 성심을 다해 처리해 나갑니다. 안산 분향소 옆에서 상주하며 차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디지털포렌식의 절차에 따라 보전 작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그 임무를 위해 대학 교수직도 내던진 김인성은 유족들과 함께 울던 울음도 메모리에 저장해가며 세월호의 진실이 더 이상 묻히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 책 마지막장은 그렇게 몸으로 쓴 진실보고서이자 휴먼테크놀러지의 모범을 보이던 그의 절규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저자는 국정원의 흔적과 다시 만납니다. 마치 숙명으로 예정된 것 같았습니다. 인양된 PC에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복원된 것입니다. 이는 세월호가 국정원 또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우회의 소유일거라는 항간의 소문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주요한 증거입니다. 만약 이 복원과 보존 작업이 검찰 등 국가기관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영원히 감추어지거나 훼손되었을 증거입니다. 국가의 사정과 정보기관이 이처럼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 그들의 불행이자 국민 전체의 절망인 일이지만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습니까.
 
국정원은 국가를 보위해야할 대표적 기관입니다. 그럼에도 자국민을 적으로 돌려 조작을 하는 등의 일탈을 일삼았습니다. 우리는 그를 한 두 번 보아온 것이 아니지만 이 또한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은 바로 불타버려야 합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보존을 위한 이익단체일 뿐 공익을 위한 국가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어쩌면 세월호 진실의 인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할지 모릅니다. 저자는 책의 두 번째 장에서 ‘왜 국정원은 불타지 않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이를 고발하고 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적극 동의합니다.
 
4. 김인성. 우리 시대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저는 제가 했던 작업들 하나하나가 한국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그럴 것인지를 전혀 알 길이 없으므로 닥치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해야만 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에서 읽게 될 내용에는 성공한 기록들이 주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일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일 것입니다.”
 
위 글은 저자가 쓴 책 머리글의 일부입니다. 이 책엔 워낙 재미난 이야기, 교훈적인 말, 눈물 빼는 자료들, 그리고 핏발서게 하는 반역의 이야기까지 볼거리가 넘쳐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장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주목해서 읽었습니다. 이 짧은 문장 안에 진보주의자의 고단하고 긴 삶이 녹아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자가 말하듯 자기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어떤 것들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진보주의자의 삶입니다. 확고하게 믿는데 아지 못하다니! 언뜻 형용모순처럼 보지만 가장 리얼하고 솔직한 태도라고 봅니다. 어느 누군들 미래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자가 그리 살아 온 것처럼 진보의 큰 방향성을 믿으며 닥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진보된 세상이 응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제대로 사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신념과 희망을 넘어서는 성과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당대 보수의 기득권을 뛰어넘어 새 세상을 이끈 인물들이 한결같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말하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이 책에 기록된 성공사례들이 있기까지 저자가 홀로 감당해야했던 수없는 실패들이 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주변에 공명을 일으켜 행운으로 밀려든 것입니다. 그것이 거의 평생을 조연으로 살다 한순간 주연이 되어 세상을 바꾸고 마감하는 아웃사이더의 숙명적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김인성의 위험한 IT가 세월호 사건의 증명이 될 수 있던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도 그렇고, 저자 자신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그 사건은 분명 일어나지 말아야할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를 흘러 다니던 거대하고 불안한 에너지 흐름의 한 매듭이라고 저는 봅니다. 1987년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되어 폭발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돈 중심의 경쟁체제,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 극단적 자유담론, 그리고 분단 고착화를 강화하는 사대주의가 대다수 국민의 비하로 이어지다 결국 300여 초록빛 생명들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한 일은 무엇입니까. 책임을 미루고 진실을 외면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대통령은 단 한차례 거짓 눈물을 흘리곤 고개를 돌렸고, 여당 국회의원들은 죽어가는 목숨 앞에 여전히 돈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 역시 이제 그만 잊자는 여론몰이로 세월호 진실 인양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자기 사적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추악한 몸부림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인성 같은 인물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좁게는 세월호 유족의 힘이고, 넓게는 우리 사회가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한다고 믿는 대다수 국민들의 복입니다. 진보 세상은 한 두 사람의 힘으로 당겨지는 게 아니지만, 방향타의 키를 잡아 줄 리더는 필요합니다. 침착하고 냉정한 IT전문가인 저자가 세월호 진실이 담겨있는 디지털 자료를 지키기 위해 ‘광분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작업을 위해 안락한 대학교수직을 포기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탁월한 실력과 그를 무기로 세상에 정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열정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하나만 가지고도 IT계에서 김인성이 기득권의 달콤한 삶을 산 안철수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새 시대를 여는 새로운 힘은 결코 위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진실을 위해 현장을 뛰던 김인성의 작고 고단한 발, 그 발과 닿아있던 땅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이 매우 위험하지만 그의 진보적 삶에 주어진 평가이자 영광이고,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새 세상을 열어야하는 국민적 미션의 출발점입니다. 이후 대한민국은 그 자리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명운이 달라질 것입니다. 바로 그러기에 이 시대가 김인성,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할 이유입니다.
 
사람을 믿기가 주저되는 시대에 여러 사람의 시선이 김인성 IT에 모아지는 건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그의 IT가 깜박이는 커서처럼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기를 살리는 붉은 피가 돌고 부드럽고 따듯한 살갗을 가진 까닭입니다. 전문가일수록 당위적이어야 한다는 그가 무심한 과학기술에, 프로그래밍 언어에 사람의 선의를 불어 넣은 덕입니다. 그리고 그 선의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고도 진실과 진보를 위해 30년 아웃사이더로 살며 감당해야했을 실패와 외로움을 원형으로 하기에 믿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아이폰을 복원해 놓았는데, 저는 그것을 저자의 결기로 읽었습니다. 학생들이 무수한 구조신호를 보냈음에도 단 한 명을 구조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너희들, 초록빛 생명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그 진실을 꼭 밝혀 진혼곡에 실어주겠다는 다짐으로 읽었습니다.
 
물론 책 한 권이 이 모두를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앞당길 것이라 믿기에, 바로 그곳에서 다함께 잘 살자는 진보의 세상을 여는 기운이 불꽃처럼 일어날 것으로 믿기에 조심 또 조심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는 진실을 위해 ‘광분하기’를 마다않는 저자의 심지를 굳게 믿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신 역시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그를 분명히 느끼실 것입니다. 진실과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큰 기쁨을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진보의 맛이 아닐까요.
 
<김준식 작가>
김준식 김준식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사람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김인성] 진실해서 위험한 김인성의 IT 김준식 2015/02/24/
오늘의사진
6.15 10.4 자주통일평화번영결의대회
많이 기사
  개인정보취급방침사람일보소개광고/제휴 안내청소년보호정책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광고 대전 동구 동부로 55-58 603동 306호(판암동) ㅣ 전화 : (02)747-6150 ㅣ 전자우편:saram@saramilbo.com
등록번호 : 대전, 아00255 제호:사람일보ㅣ창간일: 2003년 6월 15일ㅣ발행·편집인 박해전ㅣ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해전
후원 : 하나은행 555-810120-77607 박해전
Copyright ⓒ 2003~2019 saramilbo.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 saram@saram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