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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의 <철학산책>
플레하노프와 예술의 사회적 과제
[강대석의 철학산책-예술철학 (40)] "예술과 정치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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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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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와 엥겔스를 빼놓고 현대철학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러시아 최초의 맑스주의자인 플레하노프(Plechanow, 1856-1918)를 빼놓고 사실주의 예술이나 현대미학을 논할 수 없다.
 
하층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난 플레하노프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광산학을 공부한 후 러시아 민주혁명파 작가들의 영향을 받고 농민운동에 가담하다가 전제군주에 반대하는 글을 쓴 연유로 1883년에 스위스로 망명하였다. 다른 망명자들과 함께 스위스에서 <노동해방>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맑스주의를 러시아에 소개하는 활동을 하였다. 플레하노프는 <공산당 선언>,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 <포이어바흐에 관한 명제> 등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다른 한 편으로 그는 유물사관에 관한 여러 가지 저술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소원이나 이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물질적인 조건과 민중의 투쟁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려 하였다. <일원론적 역사발전의 문제>, <역사에서 개인의 역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역사 발전의 주체는 민중이지만 혁명적인 민중운동은 자발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맑스주의 이념으로 대중을 무장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념상의 차이로 한 때 레닌과 갈라지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다시 결합하였고 훗날 레닌은 플레하노프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플레하노프는 유물사관과 연관하여 맑스주의 미학과 예술이론의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여기서 큰 성과를 얻었다. 그는 <주소 없는 편지>, <예술과 사회생활> 등에서 예술의 본질을 규명하려 하였다. 그는 예술의 연구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의 지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고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할 것을 주문하였는데 과학적인 방법이란  일정한 예술이 발생하게 된 사회적 조건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다. 그 사회의 경제적인 조건, 정치구조, 민족과 역사문제 등이 예술해명의 중요한 열쇄가 되어야 한다.
 
그는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예술은 상부구조에 속하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모든 의식영역과 마찬가지로 물질적인 생산이라는 하부구조에 의존함을 강조하였다. 물론 상부구조에 속하는 예술이 하부구조에 기계론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며 그 중간 고리로 인간의 정신과 관습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그는 간과하지 않았다.

플레하노프는 <사회학의 입장에 본 18세기 프랑스 희곡과 회화>라는 저술을 내놓았는데 미술평론가들이 꼭 참조해야 할 필독서다. 공허한 형식논쟁으로 말장난에 빠지는 부르조아 평론가들과 달리 플레하노프는 예술이 결코 삶과 분리된 성역이 아니며 예술 자체의 영원한 법칙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가들이 일정한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조건들을 차분하게 규명하고 있다. 순수예술이란 결국 기득권의 유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지배계급을 간접적으로 옹호하는 예술이다.
 
예술은 정치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술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는데 정치와 경제를 떠나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봉건주의 사회나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그 모순을 척결하기 위한 투쟁에 동참하는 것이 예술의 참된 과제라는 사실을 플레하노프는 생생한 필치로 보여주고 있다.

<강대석 철학자>
 
▲ 강대석 철학자     © 사람일보
철학자 강대석은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2년간 유학했으며 스위스 바젤 대학에서 5년간 수학했다. 조선대학교 독일어과 교수 및 대구효성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대전에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헤겔학회 및 국제포이어바흐학회 회원이다. 주요저서로는 『미학의 기초와 그 이론의 변천』(1984), 『서양근세철학』(1985), 『니체와 현대철학』(1986), 『그리스철학의 이해』(1987), 『현대철학의 이해』(1991), 『새로운 역사철학』(1991), 『김남주 평전』(2004), 『니체 평전』(2005), 『인간의 철학』(2007),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2011), 『왜 철학인가』(2011) 등이 있다. 역서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의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2006)와 『기독교의 본질』(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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