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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전통문화 ‘장이’는 무궁한 창조의 원천
<장이: 사라져 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를 읽고
기사입력: 2013/03/24 [10:4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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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 사라져 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이용한, 심병우 지음, 실천문학사, 2001) 표지     © 실천문학사
각 사동마다 배치된 도서실을 뒤적이다가 보석처럼 빛나는 책을 발견하였다. 실천문학사에서 2001년 출간한 ‘장이’라는 책이었다. 이용한 시인과 심병우 사진작가가 전국의 여러 뛰어난 기술을 지닌 전통문화 장인들을 취재하여 쓴 책이었다.
 
숯장이, 대장장이, 왕골장이, 짚신장이, 짚풀장이, 베장이, 모시장이, 무명장이, 명주장이, 쪽물장이, 옹기장이, 부채장이, 엿할머니, 올챙이 국수장수 등, 모두 14가지 토종문화 장인들을 심층취재하여 구체적인 제작방법과 각 제품의 특징을 정성을 다해 기록 정리하였다.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천연색 사진을 넉넉히 곁들여서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만든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 지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베를 짤 때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습도를 맞추기 위해 선조들은 어떤 지혜를 발휘했는지, 일본 방식과 우리의 토종 방식이 어떤 차이가 있고 색감은 또 어떻게 다른 지 등, 제품의 질에 결정적인 세부요소까지 빠뜨리지 않고 기록하고 있어 이를 현대화시킬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이탈리아에 명품 수제품이 많은 것은 가죽을 다루는 오랜 장인 등 전통문화를 지켜오고 현대화시켜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민족은 옷감만 해도 시원한 여름용 세모시, 겨울용 가죽옷과 이후 들어온 무명옷, 그리고 삼베와 비단 등 여러 가지이다. 대체로 흰색이어서 백의민족이 된 것이다.
 
이런 옷감들은 몸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질감이 더없이 곱다. 이 책에도 나왔지만 한산 세모시에 쪽 등으로 천연 염색을 해 놓은 옷감은 사진으로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포항 ‘요산재’라는 채식전문점에 갔을 때 방마다 입구에 드리운 휘장이 너무도 고와 도대체 무슨 천이 이렇게 예쁘고 곱냐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전통문화장인이 짠 옷감에 전통방식으로 염색한 천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문 하나만한 크기의 휘장이 수십만원 한다고 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결코 비싼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전통방식으로 옷감을 짜서 한 필에 20-30만원 정도 받아도 1년에 500만원 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기계화, 현대화가 절실한 이유다. 문제는 기계로 짜면 손으로 짰을 때의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불가능이 어디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달라붙어 이런 장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옷감짜는 방의 온도와 습도까지 검토해가며, 실을 꼴 때 입을 물어 뜯고 허벅지와 장단지에 대고 문질러 꼬는데 그때 살에서 묻어날 기름이 실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가며 연구한다면 옛 선조들의 숨결 그대로인 멋진 제품을 대량생산해내어 세계를 석권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중국산 모시옷은 1, 2년 만에 축축 늘어진다는데 한산 세모시는 10년을 입어도 그대로라고 한다. 실제 한 통일운동 원로 여성분이 오래된 모시옷을 손질하고 다려 입은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얼마나 곱고 우아하던지 ‘아, 이게 우리 모시옷이구나’하고 탄복했던 적이 있다. 그 여성은 그 모시옷도 누가 이사가면서 길거리에 내다버린 것을 가져다 손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얼마나 오래된 것이겠는가.
 
오랜 시간 동안 선조들의 온갖 시행착오와 지혜가 축적된 전통문화는 창조의 원천이다. 몸에 해롭고 곱지 않은 것이라면 전해 내려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옛 문화 하나라도, 옛 어르신 한 분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공경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이렇듯 우리 미래의 행복의 초석이기 때문일 것이다.(2013년 3월 15일, 청계산 사무실에서)
 
<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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