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
편집  2014.07.29 [15:03] 시작페이지로
사람·여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사람일보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HOME > 사람·여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람·여론
그러니 심상정 의원이시여, 두려워 말라
한 집단 전체를 감옥에 보낼 위험천만한 발언
기사입력: 2012/06/07 [11:38] 최종편집: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심상정 의원은 구당권파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조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그저 정략적으로 즉 구당권파가 북한의 조종을 받는 집단일 것이라는 의심을 부채질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지난 한 달간 구당권파를 타도하기 위해 여러 번 마타도어가 제기되었으니 심상정 의원의 주장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의 표정을 보면, 정말로 그와 같은 비밀 조직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공개발언은 잘못하면 한 집단 전체를 감옥에 집어넣고 파멸시킬 만한 위험한 주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는 의심을 확증할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런 증거를 공개한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가지고 있었다면 작금의 사태에 비추어서 벌써 만천하에 공개하고도 남았을 것이니, 그에게 그런 증거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필자는 구당권파의 배후에 그런 조직이 있을지 없을지 알지 못한다. 민노당 시절부터 통합진보당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을 탄압하기 위한 공안당국이 온갖 명목으로 조사하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런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누구나 일단 그런 조직은 없다고 믿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그런데도 심상정 의원은 어떤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더구나 상식적인 판단과는 배치되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쯤 되면 문제의 소재가 사실판단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심상정 의원이 ‘확신’하는 배경은 패배의식

그렇다면 심상정 의원은 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그런 비합리적인 의심은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처증 환자의 의심이다. 그러나 필자는 심상정 의원이 설마 이런 수준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다만 한 가지, 필자의 머리에 짚이는 원인이 있다면 패배의식이다. 사람들은 자주 삶 속에서 패배를 겪게 마련이다. 이때 많은 경우 그는 패배의 진정한 원인을 합리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또는 분석하려고 해도 진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없다. 그때 그는 자기의 패배라는 것을 도대체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은 합리적으로 행동했다고 확고하게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패배했다니!!” 여기서 패배의식이라는 절망감이 싹트게 된다.

이 패배의식이 발생하게 되면 이 괴물이 그를 잡아먹게 된다. 그래서 패배의 원인을 엉뚱한 다른 데서 즉 비합리적인 데서 찾는다. 즉 그는 자신의 패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어떤 외부의 비합리적인 힘을 주술적으로 불러낸다.

맨 처음 그는 내가 누구에게 원한을 샀던 적은 없었는가를 물어본다. 그런 원한이 없었다면 그 다음에는 누군가가 음모를 꾸민 것이 아닐까 고민한다. 상상은 꼬리를 물고 번져나가서 마침내 그 자신을 탄압하는 거대한 하나의 조직이 그려진다. 이 조직에는 그가 아는 모든 사람이 가담했다. 그리고 그 최종 하수인은 그가 가장 믿었던 가까운 사람이 된다. “그 놈이 나의 믿음을 이용해서 음모를 꾸민 게 틀림없어!” 통탄이 그의 가슴을 찢어 놓는다. 분노와 배신감, 원망의 불꽃이 그를 깡그리 태워버린다.

철학에서는 운명론을 이런 패배의식으로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그를 사로잡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그가 운명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비합리성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인류의 이성을 마비시킨 음모론들

이런 음모론은 자주 정치의 세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전형적인 것이 유대인 음모론이다. 20세기 초 공황이 반복되었다.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 이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여기서 유대인 음모론이 나온다. 유대인의 비밀스러운 조직이 전 유럽을 휩쓸고 다니면서 이 모든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음모론의 결과로 나치는 육백만 유대인을 학살했다.

전후에도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가 전 세계적인 조직을 갖추어 음모를 꾸민다는 믿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결과 알카에다에 대항하는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다. 필자 역시 서구 언론의 선전을 그대로 믿어 알카에다를 두려워하여 왔다. 그러나 필자의 이런 믿음을 보기 좋게 깨뜨렸던 것이 바로 얼마 전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이었다. 그의 최후를 보면서 필자는 오랫동안 서구 언론이 퍼뜨려왔던 ‘알카에다의 음모’라는 선전이 허구임을 깨달았다.

알카에다라는 조직은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조직은 전 세계적인 조직도 아니고 전 세계를 전복시킬 만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알카에다가 아니다. 알카에다라는 조직이 없더라도 서구 자본주의 열강이 아랍을 착취하는 한 저항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심상정 의원이 구당권파 배후에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 바로 이런 음모론이 가지고 있는 허구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확신은 심상정 의원만 가진 것이 아니다. 필자는 주변에서 분당파에 속했던 지식인들도 이런 유사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았다.

그들의 처지를 보면 그럴 법도 하다. 한때 진보정당의 주역이었으나, 분당 사태를 거치면서 그들은 상당히 위축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거듭된 패배를 합리적으로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에게는 이런 패배를 분석할 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패배를 구당권파의 비밀스러운 조직이 벌여온 음모에 기인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도처에서 음모를 본다. 창밖에 바람 소리가 지나가도 누군가가 그들을 엿듣는 것이다. 길가에 아이들이 떠들어도 누군가의 음모로 조직된 것이다. 그들이 증거도 없이 비밀스러운 조직이 음모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속에서 오히려 그들이 거듭된 패배에 전전긍긍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심상정 의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필자는 연민을 가지고 비운의 정치가 심상정 의원에게 말하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 조직이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한국의 유능한(?) 공안당국에게 맡겨두라. 자신의 두려움을 부끄럽게도 언론에 고백할 필요도 없다.

설혹 그런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직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알카에다 같은 구당권파의 음모조직이 아니다. 대중의 절망과 분노이며 저항이다. 그러므로 심상정 의원은 스스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라. 그 길 밖에 없다. 그게 대도이다. 그 속에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대중적으로 활동하라. 그리하여 대중을 조직하고 대중을 저항에 나서도록 하라.

동지를 자신의 몸처럼 사랑한다면 그 동지들이 당신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할 것이다. 그러면 설혹 당신이 상상 속에서 두려워하는 비밀스러운 조직이 정말 있어서 아무리 음모를 꾸민다고 하더라도 대중과 동지들이 당신을 지켜 줄 것이다. 그러니 심상정 의원이시여, 두려워 말라.
 
 
<이병창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이병창 이병창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사람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이병창] 불온이 사라지고 화석만 남은 시대 이병창 2014/02/11/
[이병창] 두려워하지 말라 이병창 2014/01/03/
[이병창] 국민께 명령하는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이병창 2013/12/04/
[이병창] 자칭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모른다 이병창 2013/11/11/
[이병창] 북미전쟁과 진보주의자의 태도 이병창 2013/10/16/
[이병창] 자유란 진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이병창 2013/09/23/
[이병창] 철학자가 본 청계천 촛불 광장 이병창 2013/08/26/
[이병창] 그러니 심상정 의원이시여, 두려워 말라 이병창 2012/06/07/
[이병창] 일부 진보언론, 진보지식인의 비열함 이병창 2012/06/06/
오늘의사진
6.15 10.4 자주통일평화번영결의대회
많이 기사
  개인정보취급방침사람일보소개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가길 59, 101동 709호(익선동 55, 현대뜨레비앙) ㅣ 전화 : (02)747-6150 ㅣ 전자우편:saram@saramilbo.com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0934 제호:사람일보 ㅣ 창간일 : 2003년 6월 15일 ㅣ 발행·편집인 박해전
Copyright ⓒ 2003~2014 saramilbo.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 saram@saram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