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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취임 6개월…박원순의 서울은?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아닌 소통과 시스템 통한 제도 안착 주력
기사입력: 2012/04/29 [14:5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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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원순 시장님께서 취임 6개월을 맞이하는 소회를 말씀하시겠습니다.”

4월 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 예정보다 5분 늦었다.

브리핑룸은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출입구 밖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연단에 선 박 시장은 가벼운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기자 여러분, 자주 뵙습니다. 혹시 SNS나 온라인 상에서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도열해 있던 공무원들 사이에서 ‘꼼꼼원순’이라는 별명이 나왔다. ‘일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해서 서울시장 선거 직후에 알려진 별명이다.

“‘원또’라고 하던데요. 저도 무슨 뜻인지 몰라 물어봤더니 ‘박원순 시장이 또…’라고 해서 붙은 별명이라네요.” 박 시장의 설명이 진지해졌다. “물론 좋은 뜻으로 쓰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를 미덥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박 시장이 또 뭐 하나 더 사고를 쳤나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로 취임 6개월입니다. 앞으로는 지금의 서울시를 못미더워하시는 분들에게도 믿을 만한 ‘원또’가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날 박 시장의 기자회견 30분 전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이슈인 파이시티와 관련한 서울시의 해명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원순의 ‘행보’에 쏠린 관심

류경기 대변인이 전한 서울시의 입장은 원칙적이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기자들께서 파이시티 인허가가 나던 때의 도시계획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주셨는데, 관련 법령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입니다. 박원순 시장에 들어서는 가능한 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요청하시는 부분은 현재와 기준이 다른 7~8년 전의 일이라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서울시가 당시 사정에 대해 ‘리뷰’를 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당시 회의록을 바탕으로 ‘소상한 사정’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아침, 박원순 시장은 <서울신문> 인터뷰를 통해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당시 서울시 정무라인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서울시 정무국장을 맡았던 박영준 연루의혹에 대한 ‘확인 사살’인 셈이다. 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박 시장은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라인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류 대변인의 설명과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봤다는 설명이다. “부시장들과 회의를 통해 도시계획국에서 조사해서 시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공식라인을 통한 것이지 사적으로 움직이는 라인은 없다. 그렇다고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니냐. 검찰이 어떤 자료를 가져와보라고 했을 때 앉아서 뒤통수를 맞을 수는 없는 거니까.”

이 관계자는 이어 말했다. “파이시티는 우리로서는 외생변수다. 솔직히 파이시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양재동에 지으면 안 되는 것이 있는 줄 알았지만, 최시중·박영준이 나올 줄 알았나 뭐. 박 시장이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사를 했고, 수사 쪽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성실하게 제출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파이시티 문제는 파이시티로 끝나지 않는다. 전임 두 서울시장 당시의 다른 인허가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당시 시장과 정무라인 고위관계자 선에서 이뤄진 일이다. 앞의 정무관계자는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가. 형식적으로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의결기구이지만, 사실상 자문기구다. 시장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을 일이었다. 사실상 시장과 위원장의 의중이 들어갔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박원순 시장의 지난 6개월. 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취임 첫날 박원순 시장은 무상급식 결제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온라인 취임식’이나 2012년 시정운영계획 프리젠테이션도 화제를 모았다. 이어 2013년 시행 예정이던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앞당겨 2012년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연말에는 저소득층 생계지원사업인 ‘희망온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2년 초에는 핵심공약이었던 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1054명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 1월 말에는 뉴타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의 제주 앞바다 방사 방침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취임 6개월째인 4월 26일에는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시장 잘 뽑았다” 온라인 지지 열기

그리고 9호선 사태.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인상계획 발표로 시작된 이 사태에서 현재까지 승자는 박원순 시장이다. 온라인에서의 지지 열기는 뜨겁다. 4월 25일 ‘파코즈’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 반응을 보자. “이런 사람은 시장을 그만두지 못하게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전국을 돌면서 시장 하다가 대통령 시키고 이런 식으로 일을 시켜야 한다.” “서울시민으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총선 이후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이 가장 큰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박원순 시장. 왜냐하면 정권이 바뀌면 민생이 어떻게 바뀌는지 눈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4월 21일)

내부, 즉 서울시 공무원들의 시각은 어떨까.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한다. 잘한 것도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에는 아무래도 내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바깥으로만 돈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한 공무원의 말이다.

당장 비교대상은 오세훈 전임 시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초기에 ‘영(令)’을 얼마나 빨리 세우느냐의 문제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정무라인에 기용한 사람들은 다 국회에서 온 사람들이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을 하면서 공무원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공무원 조직이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권오중 비서실장이나 기동민 정무수석처럼 청와대 등을 통해서 경험한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희망제작소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중심 아니냐. 단체는 책임질 일 없으니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다. 행정은 다르다.”

‘박원순 시장의 가치 또는 철학과 시 공무원의 괴리’에 대한 지적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4월 24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는 참여연대와 강희용 민주당 서울시의원 주최의 ‘박원순 시장 6개월 평가와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평가가 유보된 정책도 여럿이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손종필 풀시넷 운영위원(용산시민연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이 사업이 역점 계획사업으로 발표된 이후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었다”며 “공무원들이 이 사업을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 ‘관 주도 민간 보조’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부동산 정책이 기존의 재개발·대형·분양 중심의 정책에서 주택 공공성 강화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큰 변화”라며 “그러나 기존의 보수언론·기득권세력을 중심으로 이른바 ‘박원순 효과’라고 하여 부동산 침체가 박원순의 정책 탓이라는 식으로 저항이 계속되는 한편, 종 상향 논란이나 뉴타운 출구전략에서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에 대한 안팎의 속내

시의회에서도 박원순 시정에 대한 비판은 나온다.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9호선 요금인상 처리와 관련, “사실 9호선과 똑같이 맥쿼리 문제를 안고 있는 우면산 터널 통행료의 경우, 이미 지난해 12월 500원을 인상했는데 왜 그때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기습인상으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9호선 요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대응을 하면서도 우면산 터널 요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어 강 의원은 “이른바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이촌지구에 텃밭을 조성했다가 국토해양부와 갈등을 빚었는데, 시에서는 그 대체지로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 등지에 텃밭을 옮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었다”며 “노들섬엔 이미 5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여기에 텃밭을 만든다는 것은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자칫하면 노들섬 텃밭 조성사업은 ‘박원순표 전시행정 1호’가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앞에서 인용한 공무원은 9호선 요금인상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박 시장의 다른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그저 부드럽다고만 생각했는데, 박 시장도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여론 흐름에 대한 판단은 아주 잘한다. 이전부터 9호선 쪽하고 협상을 해왔던 것으로 아는데 그것을 여론 지지를 등에 업고 엎어버리니.”

시민단체 출신의 정무관계자는 “아직도 박 시장의 스타일을 잘 모르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지켜보고 있다가 아니다 싶으면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해버리는 스타일이다. ‘말이 안 되는 것’에 대한 박 시장의 대응은 단호함이다. 일을 할 때는 전격적으로 실천하고 실행하지만, 논란이 있는 사안은 충분히 의견수렴을 해서 대안을 만드는 식이다. 뉴타운 문제 때 민원인들을 다 만났다. 그때 보좌하는 공무원들은 다 만나지 말라고 했다. 정치적 고려라는 시각은 잘못 보는 것이다. 사안이 나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아니라 집중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회의를 가진 다음 정면돌파하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이것을 ‘박원순 프로세스’라고 불렀다. 지난 6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방식이다. 첫 번째는 소통이다. 현장에 직접 가서 가급적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그다음 과정은 ‘청책(聽策)’이다. 현장에서 들은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다음은 숙의. 각계 전문가 등과 함께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정책은 협치, 즉 거버넌스로 실행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막상 해보니 숙의까지는 되는데 제일 어려운 것이 협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버넌스에 대한 경험이 공무원들에게는 많지 않다. 관이 갑이 되는 갑을관계에 익숙한 것이다. 민이 협력의 파트너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시 내부에서도 각 부서간 칸막이를 걷어내라고 했는데 잘 안 된다. 개개인의 공과를 가리는 성과주의 때문인데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박원순호’가 강조하는 것이 행정의 프레임을 바꾸자는 것인데 아직 시 전체에 정착된 것은 아닌 게 사실이다.”

이 프로세스는 다시 요일별로 나눠진다. 박 시장의 일정을 중심으로 월요일은 보고와 면담 중심이다. 화요일은 청책워크숍과 현장방문. 수요일은 ‘원day’로 이름을 붙여서 시장 스스로 일정을 기획한다. 다시 목요일은 보고와 면담, 금요일은 숙의를 테마로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일에 소화하지 못한 일정을 챙기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식이다.

박원순 시장이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는 반드시 인터뷰 기록관을 배석시킨다. 앞의 정무관계자는 “조선시대의 사초(史草)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데, 민원성 부탁을 막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행착오 끝 나온 ‘박원순 프로세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파이시티 문제와 더불어 ‘9호선 요금인상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자 그대로 시정업무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교통수단에 대한 정책 결정이다. 시민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 되며, 큰 부담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는 가치에 비춰봤을 때 ‘9호선 메트로’가 한 일은 그에 반하는 것이며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요금인상과 관련해 협의를 하는 과정에 일방적으로 공고한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우리의 의사를 확고히 밝힌 것이다.”

권오중 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시정에서 지향하는 바의 특징은 디테일을 중시한다는 것과 성과가 없다고 욕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하나라도 확실히 고치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단적인 예로 4월 25일 발표한 ‘보도블록 10계명’을 들었다. “지난 60년 동안 이어온 연말에 보도블록 교체하는 관행을 깨겠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부임하자마자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발표했다. 스텝을 밟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 완성된 틀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치적쌓기나 보여주기에 급급해서 임기 내에 성과를 내는 것은 박원순 식이 아니다. 분명 보궐선거로 당선되어서 한계는 있지만 설령 임기 내에 다 해내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토대를 쌓아놓고 간다는 것이 박원순이 지향하는 바다.”

박원순 프로세스를 만들어낸 것은 그가 시장에 당선된 후다. 축적된 시정의 경험은 사실 커다란 정치적 자산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말 대선에서 ‘조기 역할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2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시장이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예정에 없던 질문이었다. 박 시장은 “지금은 시정에 전념하고 있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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