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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닥터 오’의 수술여행 북녘 방문기
<화제의 책> 오인동의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기사입력: 2010/10/16 [15: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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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5.24조치로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민간교류가 전면 차단됐다. 남한의 민간단체가 지원한 의료기기가 점점 녹슬어갔고 약품 선반의 의약품들이 하나둘 줄어들어 갔다.     
 
통일의 염원이 요원해 보이기만 하던 6월, 평양에서 북녘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집도한 한 의사가 있다. 바로 세계적 인공관절수술 전문가 오인동.

황해도 옹진 출신인 오인동 씨는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 대표단 자격으로 북녘 땅을 밟는다. 북녘에 대한 호기심과 어려움에 처한 북녘 의료계를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쉽게 북 의료현실을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를 이렇게 술회했다.

"그해 방문은 나의 닫힌 시야를 활짝 열어주었다. 내가 확인한 것은 그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가슴 뻐근한 사실이었다. 분단조국의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돌아온 뒤, 분단의 기원과 대결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술과 강연 틈틈이 모국의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했다. 민족사의 재발견이자 분단대결사의 재인식이었다."

오인동은 이상한 의사이다. 의사면 아픈 사람만 제대로 고치면 될 것이고 제대로 걷지 못한 채 병원으로 들어온 사람을 두 발 뚜벅뚜벅 걸어 병원문을 나서게 해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일반적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 주민을 수술하고 의료인들에게 수술법을 전수하면서 통일관련 세미나를 열고 'Korea-2000'이라는 연구모임을 만들고 활동했다. 그리고 1997년말 '통일정책건의서'를 작성했다.

통일운동가 '닥터 오'가 출현한 것. 그에게 북녘 환자는 단순한 환자가 아닌 통일시대를 만들어갈 '역군'으로 다가온 것이며 '통일역군'을 수술하는 그는 '통일을 만드는 의사'가 된 셈.

오인동 씨는 1998년 1월 두 번째 방북에서 '고난의 행군'시기를 목격했다. 그리고 첫 방북 17년만인 2009년 5월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 북 의사들과 함께 인공고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수술법을 전수했다.

이어 2010년 6월 평양으로 네번째 수술여행을 떠났다. 이번에 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녘사회의 반응을 현지에서 지켜보았고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의 북한식 표현) 기념일을 맞았고, '지도원 동무'와 함께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북한팀의 축구경기를 응원했다.

이 책은 그가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20여년간 평양을 방문하며 북녘동포들과 나눴던 '신뢰와 형제애'를 담은 방북기다. 그리고 또 한번 평양으로 향하는 수술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기꺼이 평양으로 가는 수술가방을 쌀 것이다.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하면 된다는 낙관주의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마는 집념이 지금까지의 의업과 통일의 두 길로 가게끔 하고 있다. 일생을 인공관절수술에 전념해오면서 북녘 의사와 환자들에게 뒤늦게 눈을 돌렸다는 일종의 자책감이 나를 더욱더 두 길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략) 남과 북이 한발씩 굳게 딛고 균형을 이루어 서면 모국의 앞날이 창창하리라 믿는다. 그날을 위해 나는 내 몫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남한 사회에서 '통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되고 있다. 그리고 '수신제가'하지 못한 채 '치국 평천하'만 하려는 '직업 통일운동가'도 있다.

어찌보면 '직업 통일운동가'들의 목소리가 점점 클수록 보통사람에게서 '통일'은 안드로메다행 열차를 타고 떠나버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의 저자 오인동 씨의 방북기를 읽으면 '통일'은 특수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할 수 있다.

통일을 생각하며 환자를 대하듯, 누구나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생활 속 작은 '통일'을 실천할 수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그리고 평양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 책은 신선한 여행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미 평양을 방문해 본 사람들도 평양 거리를 다시금 떠오르며 감회에 젖게 해줄 것이다.
 

 
<통일뉴스=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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