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민족·세계
선제 핵공격의 조건과 영토완정
핵보유국은 대부분 자체 핵전쟁 교리를 가지고 있다
김민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2/09/28 [11: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1. 선제 핵공격

 

북한이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채택한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아래 핵무력법)’는 선제 핵공격 내용을 담고 있다. 핵무력법 6항 ‘핵무기의 사용 조건’을 살펴보면 이러저러한 정황이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상대국이 먼저 핵무기를 쓰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북한이 먼저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한 것이다. 

 

핵보유국은 대부분 자체 핵전쟁 교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매 정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해 자신의 핵전쟁 교리를 공개한다. 다만 미국은 자신의 핵전쟁 교리를 모호하게 표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이른바 ‘핵 단일 목적 사용’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나 집권 후 이를 폐기하고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에 ‘극단적 환경’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며 트럼프 정부와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극단적 환경’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상대국의 공격 징후를 포착한 것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선제 핵공격 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전쟁 교리는 2020년 6월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 공격을 할 경우 ▲러시아나 동맹국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정부·군사 시설이 공격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로 공격당해 존립을 위협받는 경우 등 4가지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만으로도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고 한 점이다. 물론 미사일의 특성상 일단 발사가 되면 사실상 공격을 한 것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탄도미사일 제공을 꺼리고 있다. 자칫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1964년 핵개발 성공 이후 지금까지 선제 핵 불사용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중국이 구체적인 핵전쟁 교리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소억제전략으로 분류한다. 최소억제전략이란 핵공격을 받았을 때 최소한의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상대국이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전략이다. 즉, 핵공격을 받았을 때 핵무기로 반격하는 개념이다. 

 

이런 기존 핵보유국의 핵전쟁 교리에 비해 북한은 자국이 공격받을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는 점을 법에 명시했다. 핵보유국 가운데 가장 강경하고 선명하며 공격적인 핵전쟁 교리를 공식적으로 보유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선제 핵공격 법제화를 마냥 규탄하기도 모호하다. 

 

일단 실제로 선제 핵공격 법제화의 파급력에 비해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크지 않다. 한미도 규탄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조용하고 심지어 한국 여론도 잠잠하다. 1994년 북한의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보다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전쟁 공포로 사재기하는 소동은 없었다. 

 

여기에는 ‘설마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를 쏘겠나’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듯하다. 과거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뉴스 댓글에 ‘일본에 핵미사일 한 방 쏴 달라’는 식의 글이 달리곤 했다. 또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므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주장도 지속해서 나왔다. 2017년 8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에서 노정선 목사는 “통일되면 북한의 핵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다 우리 것이니까”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또 한편으로는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선제타격 발언을 하는 바람에 북한이 이를 선제 핵공격 공식화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견해도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올해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책으로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답했다. ‘킬 체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예상 발사 지점을 공격하는 개념이다. 상대방의 공격 조짐이 보이면 우리가 먼저 공격한다는 ‘선제타격’을 북한이 그대로 따라 한 셈이니 북한을 비난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 킬 체인 개념도.     ©국방부

 

특이한 건 윤석열 정권도 더 강경하게 나가지 않고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북한이 핵무력법을 채택한 지 보름도 안 지난 9월 21일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하자 많은 이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북한을 규탄할지 지켜보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북한이란 단어조차 언급하지 못했다. 또 9월 23일에는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했다. 그간 보여온 모습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번 미국 방문 기간 세계적 논란이 된 욕설 파문에 관해 윤 대통령은 귀국 후 ‘거짓 보도’라며 언론을 때려잡을 듯한 기세를 보였다.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말로 일관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이렇게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면 반성과 사과는커녕 더 강경하게 반격하는 게 윤 대통령의 기질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그렇지 못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했는데 인제 와서 보니 반대로 북한이 윤 대통령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들의 책동으로 긴장 격화된 정세는 오히려 우리에게 군사력을 더 빨리 비약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과 그 우선적 강화의 불가피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공화국의 국방성과 국방공업은 조성된 국면을 군력 강화의 더없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을 아주 충분히 활용하려는 듯하다. 

 

북한은 원래 핵무기의 성격을 억제력으로만 한정하고 있었다. 2013년 4월 북한이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에는 “적대적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보복 타격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2016년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도 상대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올해 3월 9일 대선에서 ‘선제타격’을 주장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북한 입장이 급변했다.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무력이)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첫째 사명이 핵억제력이므로 둘째 사명은 선제 핵공격이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선제 핵공격을 암시, 경고만 한 것이지 정책으로 공식화하거나 법제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기에 북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선제타격’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원점 타격’같은 과격한 반북 발언을 반복하자 북한도 부담을 덜고 선제 핵공격을 법제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윤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은 정말 멍청한 소리였고, 나아가 사실상의 이적행위나 다름없었음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 9월 14일 자 보도 「통일차관 “北 핵 자의적 사용 태도 노골화..강한 유감”(종합)」에는 “선제타격이라는 멍멍이 소리 했을 때 북한이 저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걸 예상 못한 멍청이 대통령이 문제다”라는 댓글이 달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2. 선제 핵공격의 폭넓은 조건

 

북한이 핵무력법에서 규정한 선제 핵공격의 조건은 정말 다양한 경우에 다 적용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동해에서 미 항모강습단이 중심이 된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었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는 80여 대의 함재기가 있어서 웬만한 나라 하나의 공군력을 능가한다. 

 

그런데 북한이 이 훈련을 두고 ‘북한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상황’으로 판단해 항모강습단 상공에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훈련 시작 전날인 25일 오전 6시 53분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약 600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한다. 만약 남쪽으로 쐈으면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한 부산까지 날아올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은 언제든 항모강습단 머리 위에서 핵탄두를 터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

 

북한은 대북 전단을 심리전의 일환으로 인식한다. 특히 대북 전단에는 북한 지도부에 관한 비난이 들어있어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만약 반북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리면 북한은 이를 전쟁행위로 간주하거나 ‘국가 지도부’에 대한 ‘비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 

 

북한은 2014년 10월 10일 대북 전단용 풍선을 겨냥해 고사총을 발사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핵무기를 동원해 ‘원점 타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대북 전단 살포의 배후에 있다고 판단하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 건물에 핵폭탄을 날려 보낼 수 있다. 국정원은 북쪽에서 날아오는 포탄이나 미사일을 293미터 높이의 대모산이 막아주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이나 드론(무인 공격기) 기술이 발달해 대모산을 우회해서 공격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정원 주변엔 민가가 없어서 초소형 전술 핵무기를 이용해 ‘외과수술식 타격’으로 소멸시키기 최적화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국가정보원 청사.     

 

동까모 사건

 

2012년 7월 북한은 충격적인 기자회견을 하였다. 한 탈북자가 한미 정보당국의 사주를 받고 폭발물을 소지한 채 북한에 침투, 김일성 주석의 동상을 파괴하려다 체포된 것이다. 북한은 이 사건을 ‘최고 존엄’을 모독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체포된 탈북자는 자신이 ‘동상 까부수는 모임’, 이른바 ‘동까모’ 소속이라고 밝혔다. 이런 ‘동까모’ 사건이 재발할 경우에도 북한은 국정원에 선제 핵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강릉 잠수함 사건

 

1996년 9월 정부는 북한의 ‘무장 공비’가 잠수함을 타고 강릉 지역에 침투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연인원 150만 명을 ‘소탕 작전’에 투입했다. 반면 북한은 이 사건을 두고 잠수함이 기관 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 강릉 해안에서 좌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이 잠수함 승무원의 무사 귀환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거절하고 ‘소탕 작전’을 강행할 경우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 

 

개별 인사에 대한 탄압

 

1967년 6월 17일 박정희 정권은 공안정국을 조성할 목적으로 저명한 재독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을 납치, 서울구치소에 가둔다. 이른바 ‘동백림사건’이다. 윤이상 선생은 1963년부터 북한을 방문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한 연구를 하였는데 박정희 정권은 이를 빌미로 삼은 것이다. 끝내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은 윤이상 선생은 자살까지 시도하였다. 

 

북한은 윤이상 선생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 민족의 재능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1982년부터 매년 윤이상 음악제를 개최했고, 윤이상 선생이 별세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윤이상 선생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지금 북한의 핵무력법을 적용한다면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로 판단하고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사안이다. 

 

황태성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1961년 8월 30일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통일 협상을 하겠다며 단신으로 내려온 북한의 황태성 무역성 부상을 중앙정보부가 체포하여 간첩죄로 사형에 처한 비극적 사건이다. 이 사건도 북한이 볼 때는 자국의 부상(우리의 차관급)을 살해한 것이므로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사례를 두고 ‘설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설마’가 ‘현실’이 될지 안 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북한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3. 영토완정을 위한 선제 핵공격

 

북한은 핵무력법에서 ‘핵무력의 사명’을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 안전을 수호”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영토완정이란 나라의 영토를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한다는 뜻이다. 즉, 북한이 말하는 영토완정은 남북통일과 같은 말이다. 북한은 통일을 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에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영토완정은 중국-대만 사이에도 쓰인다. 대만이 분리·독립을 주장하자 중국은 영토완정을 내세웠다.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대만은 원래 자기 땅인데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하니 이들을 진압하고 중국 정부가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이다. 

 

영토완정은 어느 나라에나 국가의 존립과 명운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국가의 기본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영토를 포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993년 거란(요나라)이 고려를 쳐들어왔을 때 일부 신하들은 소손녕이 이끄는 80만 대군에 겁을 먹고 땅을 떼어주자고 주장했다. 이때 서희가 나서서 거란과 담판을 지었다. 서희는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이므로 고구려 옛 땅을 회복해야겠다고 주장해서 거란을 설득하였다. 그리하여 평양 이북을 잃을 뻔한 고려가 거꾸로 강동 6주(평안북도 서부 일대)를 얻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서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영토완정의 성과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일본의 독도 침략 야욕에 분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땅으로만 보면 작은 돌섬에 불과하지만 엄연한 우리 영토이기에 절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1965년 5월 27일 미국을 방문한 박정희는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일) 수교 협상에서 짜증스러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박정희가 얼마나 악질 친일 매국노였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영토완정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어떨까? 한반도는 원래 하나의 나라였는데 일제가 패망하고 해방될 때 미국이 일제 대신 38선 이남을 점령하는 바람에 분단되었다는 게 북한의 역사 인식이다. 즉, 북한이 볼 때 한국은 아직 해방되지 못한 지역, 미해방지역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국을 몰아내 한국을 해방해 영토완정, 즉 통일을 하겠다는 게 북한의 노선이다. 

 

이런 관점은 한국에도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내용이다.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했기 때문에 지금 군사분계선 이북은 북한이 ‘불법 점거’하는 지역일 뿐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군사분계선 이북을 다시 점령 혹은 흡수하려 하고 있다.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내용이 바로 흡수통일을 규정한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을 ‘해방’해 통일하겠다는 주장을 비판하는 건 자가당착,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된다.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 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이 그러하다. 북한이 핵무력법에서 영토완정을 명시했지만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4. 모든 군사 자산을 동원한다는 한미

 

북한이 핵무력법에서 선제 핵공격을 명시하자 한국군은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형 3축 체계란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 발사해 북한에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시 작전권이 없는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3축 체계를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근본적으로는 비핵보유국인 한국이 핵보유국인 북한을 선제타격하고 대량보복을 하는 게 과연 현실성 있는 구상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국형 3축 체계보다 더 강력한 대응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꼽는다. 9월 16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선제 핵공격에 맞서 미국이 모든 군사 능력을 활용해 압도적·결정적 대응을 해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한국형 3축 체계에 비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략무기들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이 정말 한국을 위해 전략무기로 북한을 응징할까? 이 질문은 결국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같다. 이 질문은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프랑스가 던진 질문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을까?’를 오늘의 상황에 맞춰 바꿔본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위해 본토에 북한의 화성포-15·17형이 쏟아져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는 걸 감당할 수 없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자. 

 

미국은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흑해에서 러시아 압박용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시 브리즈 21(Sea Breeze 21)’을 실시했다. 2017년 18개국, 2020년 9개국이 참가했는데 2021년엔 32개국이 참가하였다. 미국이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를 두세 배 키운 것이다. 연이어 7월 12~30일에는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4개국 연합훈련인 ‘세 개의 검(Three Swords)’을 진행했다. 9월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군대의 ‘빠른 삼지창 21(Rapid Trident 21)’ 훈련도 진행했다. 

 

미국은 이런 훈련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것처럼 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무기만 지원해줄 테니 우크라이나 국민이 알아서 싸우라는 것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이 연상되는 상황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직접 지켜줄 것이라고 연이어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교훈도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지난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이에 반발하는 중국이 갖은 무기를 동원해 대만 포위사격을 하며 위협했지만 정작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호는 필리핀 앞바다에서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 핵공격 위협에 이미 꼬리를 내린 상태다. 2017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미국은 언제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올지 몰라 초긴장 상태에 있다. 

 

2018년 1월 13일 아침, 하와이에 미사일 경보가 떨어져 섬 주민과 관광객이 혼비백산한 일이 있었다. 평소 북한 미사일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면 대부분 당연히 오보일 것이라고 치부했을 것이지만 정정 문자가 발송되기까지 38분 동안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2019년 12월 26일에는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케이시에서 기지 관계자의 실수로 비상 사이렌이 울렸고 미군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이 날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초긴장한 미군이 정말 북한의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여긴 것이다. 

 

올해 1월 11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서부지역 공항에 비행기 이륙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미국에 오가는 비행기들이 원인도 모른 채 무작정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 미사일이 알래스카나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을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기관에 경보가 전달되면서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진짜 전쟁이 발발해도 미국은 자기들과 무관하다, 자신은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발뺌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군이 참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7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현실에 직면한 미국」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군 관련 정보를 관장하는 국방정보국(DIA)이 지난 5월 23~24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미 전략사령부에서 북핵 특별 토론회를 주최했다고 한다. 전략사령부는 매년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에 관한 토론회를 각각 개최해왔는데 북핵만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었으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위협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0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토론회의 전반 분위기는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핵무기 사용 억제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핵폐기를 포기하고 핵무기 사용 억제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곧 북한을 러시아나 중국처럼 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 개선을 해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미국은 결국 이 방향 외에는 선택할 곳이 없다. 

 

따라서 무슨 확장억제를 제공하느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을 억제한다느니 하는 말은 그다지 신뢰할 게 없음이 분명하다. 

 

<김민준 기자>

ⓒ 사람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김민준 / 핵전쟁 교리 / 핵무력정책 / 핵태세검토보고서 / 선제타격 / 윤석열 관련기사목록